만주어 <여허>인가 <예허>인가? 만주어 이야기

일전에 만주어에는 [에] 발음이 없다는 글을 쓰며 만주어에는 또 [여] 발음이 없는데, 

조선의 만주어 서적에는 모두 [여]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 적이 있었지요.


만주어에는 [에] 발음이 없습니다. http://cafe.naver.com/booheong/132903


요즘 나오는 출판물이나 인터넷에도 이를 따라 [여]로 표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례로 여진 5국 중 하나인 [yehe/예허]는 [여허]로 표기하고 있지요.


 


그러나 실상 만주어 복모음 [ye]는 [예] 혹은 [이예]로 발음됩니다.

만주어 강사의 강의 동영상을 살펴 보실까요?





그렇다면 1636년에 간행된 무황제실록과 이후의 청나라 사서에 예허를 어떻게 한문으로 표기하였는지 살펴볼까요?


무황제실록은 야흑(夜黑)이라고 되어 있으며 현 중국 발음으로는 [Yè hēi/예흐, 예허]

이후의 고황제실록이나 만주실록에는 엽혁(葉赫)으로 현 중국 발음으로는 [Yè hè/예허, 예흐] 입니다.


조선에서는 葉을 어떻게 발음했을까 신숙주가 1448년 간행한 동국정운을 살펴보니

葉은 [엽]으로 표기하였더군요.

 


그렇다면 당시에 혹 [예] 발음이 없었던 건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다시 동국정운을 훑어 보았습니다.

 

역시 

曳(예)/洩(설)/袣(예)/泄(설)/呭(예)/詍(예)/㖂(예)/䛖(예)/枻(설)/栧(예)

/抴(설)/跇(예)/裔(예)/㵝(예)/㵩(예)/㳿(설)/㵩(예)/勩(예)/詣(예)/栺(지)/睨(예)

/倪(예)/堄(예)/帠(예)/羿(예)/寱(예)/藝(예)/蓺(예)/槸(예)/褹(예)/袂(몌)/囈(예)


단어들이 [예]로 발음이 되었습니다.


그럼 [예] 발음이나 표기가 없어서 [여]로 쓴 것도 아니고

또 신충일이 1595년 누르하치 성을 방문하고 선조에게 보고한 건주기정도기에는

예허를 [여허(如許)]라고 표기하였지요.


건주기정도기 中

하나. 노추는 그의 집으로부터 남쪽의 대길호리(大吉號里)로 향하는 하루 길 지점과 

북쪽의 여허(如許)로 향하는 하루 길 지점에 각각 하나의 보루[堡]를 설치하였고

一, 奴酋, 自其家, 南距大吉號里一日程, 北距如許

(중략)

하나. 여허(如許)의 추장(酋長)인 부자(夫者)와 나리(羅里) 형제가 노추의 강성을 걱정한 끝에 

몽고왕 나팔(剌八)과 올라(兀剌)의 추장 부자태(夫者太) 등의 군사를 청하여

一, 如許酋長夫者、羅里兄弟, 患奴酋强盛, 請蒙古王剌八、兀剌酋長夫者太等兵,


여허(如許)는 현 중국 발음으로 루시[Rúxǔ]임으로 중국어 발음을 따라 표기한 것은 아니고

당시 조선 발음을 음차 하여 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역시 동국정운과 훈민정음언해를 살펴보니 如許는 ᅀᅧᆼ 이더군요.

이걸로 추정하면 당시에 신충일은 [여허]라고 발음을 듣고 표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당시 한족들은 만주어를 공부할 때 ye를 어떻게 발음했을까 궁금해서

1730년 간행된 청문계몽(淸文啓蒙)을 살펴보았습니다.

청문계몽은 일전에 한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지요.


1730년 만주문은 한 달만 공부하면 읽고 쓸 수 있다 http://cafe.naver.com/booheong/136694



[ya]는 한문으로 [呀/아]이고 발음은 야[Ya]

[ye]는 한문으로 [噎/열]이고 발음은 예[Yē]

[yo]는 한문으로 [喲/약]이고 발음은 요[Yō]

[yu]는 한문으로 [淤/어]이고 발음은 위[Yū]

[yv]는 한문으로 [喲/약]이고 발음은 요[Yō]


*yo[요]와 [yv]의 경우 [雍/옹]의 반절음(切)으로 용[Yōng]의 [요]


즉 당시 한족들은 만주어를 배울 때 [ye]를 [예]로 발음하며 배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조선만 [여]로 표기하였고, 

현재까지 유독 우리의 출판물이나 인터넷 글에서

[예허]를 [여허]로 표기하는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혹 관련 내용을 알고 계신 분 있으시면 덧글 부탁드려요.^^



덧글

  • 번개 2017/12/03 23:28 #

    알고 계신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조선에서는 'e' 발음이 없었습니다.
    'ㅔ'는 복모음 /əi/을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설모음화 현상이 일어나 지금의 'e' 발음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어이'를 한 음절로 발음한 것이 'ㅔ'의 발음이었을 겁니다.
  • 길공구 2017/12/04 00:03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청어노걸대나 동문유해, 동국정운 등을 살펴보면 번개님 말씀이 맞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http://cafe.naver.com/booheong/115227 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애초에 조선 복모음 표기는 현재의 발음과는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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