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금 장수들이 전투에 앞장서는 이유 누르하치 관련 이야기

일전에 누르하치 후금의 군기가 매우 엄하다고 글을 쓴 적이 있었지요.

후금 군사조직의 기초 단위인 니루, 즉 300명의 병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니루의 통솔자가 니루 어전이지요.

또한 각 니루마다 감독관(보쇼쿼), 조선의 기록에는 압대(押隊) 1명씩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이 전장에서 소극적이거나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병사들을 표시하였다가

전후 즉각 사형에 처해버리는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법관 판결 그딴 거 없고 그냥 즉결 처형입니다.


일례로 싸우는 척만 한다던가, 공성전에서 사다리에 올라갈 차례에 머뭇거린다던가 하는 것들이지요.

야밤에 군영에서 이탈해서 농가에서 닭 잡아먹은 병사는 사지절단형에 처하기도 하였습니다.


 


누르하치군의 군기 <등에 점이 찍히면 죽는다> https://cafe.naver.com/booheong/109932

닭 잡아먹고 사지가 분리된 팔기군 병사 https://cafe.naver.com/booheong/141309

공성전 올라갈 차례에 올라가지 않은 팔기군 병사 https://cafe.naver.com/booheong/141313


그런데 이 군법의 적용은 비단 병사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300명을 통솔하는 니루어전은 물론이요, 장수급에 해당하는 5니루 어전(잘안어전, 1500명 통솔) 또한

전투에 소극적이거나 상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하면

전후에 영락없이 법관들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의 판결은 사형으로 언도됩니다.


일례로 병사들이 모두 성이나 해자를 넘어가는데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던가

전장에서 부하를 두고 도망간다던가 하면 그냥 사형을 때려버립니다.

또한 장수급이 야밤에 잠깐 군영을 이탈해도 역시 같은 죄로 다스리지요.

누르하치의 후금군은 행군에 나설 경우 모든 장수와 병사는 니루 단위로 지정된 깃발 주변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고 똑같이 숙영해야만 합니다.


후금의 장수가 부하를 버리고 도망칠 경우 받는 형벌 https://cafe.naver.com/booheong/165281

만주어 만문노당 134부-군법 어긴 니루 어전들을 처벌하다. https://cafe.naver.com/booheong/141367



장수급들로 1621년 3~4월 요동 전투에서 처벌당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1. 보르진

→ 계급 : 양홍기 기주(휘하 26.5니루 약 8천 통솔)

→ 죄명 : 군대를 누르하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 법관 판결 : 사형!

→ 누르하치 판결 : 사형 면하고 요동성 전투 포상품 전부 압수 


2. 융슌, 일앙아, 보호리, 불안주, 라인순

→ 계급 : 양홍기 5니루 어전들(1500명 통솔)

→ 죄명 : 보르진과 같은 죄

→ 법관 판결 : 사형!

→ 누르하치 판결 : 사형 면하고 요동 전투 포상품 몰수형


3. 시한

→ 계급 : 양홍기 5니루 어전(1500명 통솔)

→ 죄명 : 보르진과 같은 죄

→ 법관 판결 : 사형!

→ 누르하치 판결 : 동생의 공으로 죄 면함


4. 깅월다, 수이잔, 만둘아이, 훠시리, 훠시타

→ 계급 : 5니루 어전들(1500명 통솔)

→ 죄명 : 해자를 넘지 않았다.

→ 법관 판결 : 사형!

→ 누르하치 판결 : 삭탈관직, 재산 몰수형


5. 바인다리

→ 계급 : 참장(예허 일족 병사 통솔)

→ 죄명 : 전투에 소극적이고 도주

→ 법관 판결 : 삭탈관직, 재산 몰수형


6. 일앙아

→ 계급 : 유격(예허 일족 병사 통솔)

→ 죄명 : 전투에 소극적이고 도주

→ 법관 판결 : 삭탈관직, 재산 몰수형


7. 부산

→ 계급 : 참장

→ 죄명 : 공성전에 병사들을 따라 돌입하지 않았다.

→ 법관 판결 : 사형!

→ 누르하치 판결 : 사형 면하고 삭탈관직, 요동 진입 이후 받은 포상품 몰수형


8. 토보이

→ 계급 : 유격, 5니루 어전(1500명 통솔)

→ 죄명 : 죽은 부하를 두고 도망쳤다.

→ 법관 판결 : 삭탈관직, 재산 몰수형.


9. 야순

→ 계급 : 부장(기주/총병관 바로 아래 관직)

→ 죄명 : 전투에서 도망갔다.

→ 법관 판결 : 비어관으로 강등.


누르하치와 버이러 다음 직급인 기주/총병관 보르진도 군법 위반으로

법관들에게 사형을 언도받을 정도였으니

그 이하 장수들은 말 안 해도 알겠지요.


각 부대마다 감독관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장수들의 죄를 누르하치에게 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누르하치의 후금은 고변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누르하치의 장남 추옝도 고변으로 처형되었고, 기주급인 누르하치의 사촌 아둔도 고변으로 처형되었지요.

또 심하전투에서 사로잡혔던 조선 이민환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 후금군에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누르하치에게 고변하는 일이 매우 빈번했다고 합니다.


고소 고발이 난무한 후금(개막장 후금왕실 시즌2) https://cafe.naver.com/booheong/155052


이민환의 건주문견록 中

누르하치의 사람 됨됨이는 시기심이 많고 사나우며 권위적이고 난폭하다.

비록 그 처자와 더불어 본디 친밀히 사랑하는 자라 하여도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바가 있으면 곧 살해를 가하였다.

이로 인해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오랑캐 풍속은 남의 약점을 고해바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누르하치는 옳고 그름을 불문하였고,

 단지 먼저 고한 자를 믿게 하니 이런 연고로 자식이 부친을 고발하거나, 처가 지아비를 고발하거나,

 노비가 그 주인 되는 자를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오랑캐는 타인과 함께 말을 하고자 하면 필히 곁에 증인을 세웠고

 이런 연후에 비로소 말을 시작한다 한다.]



이번 요동성 전투에서도 노예급이 고변을 통해 벼락출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주어 만문노당 443부-가노(포의) 일아친을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다!  https://blog.naver.com/gil092003/221169607297


누르하치의 가노(포의)인 일아친은 5니루 어전들인 만둘아이와 수이잔이 해자를 넘지 않았다고 고변하여

그 자신은 비어관 및 5니루 감독관에 임명됩니다.


보통 다른 나라 장수들의 경우 장수들이 전장에 돌입하여 죽는 것보다는

후미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게 옳지 않느냐가 보편적인 상식 같은데

후금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장수들도 전장에서 머뭇거리거나 앞장서지 않으면 바로 사형 언도 탕탕탕!!!


한줄요약

후금 병사 : 등에 점 찍히면 죽는다!

후금 장수 : 부하놈들에게 찍히면 죽는다!




*참고 고려의 군법 행사령 : https://cafe.naver.com/booheong/84158



덧글

  • 존다리안 2018/10/08 19:55 #

    로마군은 경계에 실패하면 사형
    후금군은 소극적이면 사형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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