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쓰지 말라고!> 사관<난 써야겠는데?> 병자호란 이야기

장소는 고립된 남한산성.

인조의 출성이 결정되고 인조는 청이 요구한 명나라 고명과 책인 반납 문제, 

가도 공격에 동원할 병력 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해 김류와 최명길을 부릅니다.

이미 전날 정온은 절구시를 읇고 칼로 배를 찔러 자결을 시도했는데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인조에게 명나라 고명과 책인은 절대 반납해서는 안되며

가도 공격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상소를 올렸지요.


인조도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였는지 29일 아침에 김류와 최명길을 부르더니

승지와 사관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니 사책에 기록하지 말라 말하고 아예 문밖에서 대기하도록 명을 내립니다.


그러나 직업정신이 철두철미했던 승지와 사관은 문밖에 있으면서도 귀를 쫑긋하였는지

인조와 최명길이 고명/책인과 가도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승정원일기에 기록하였더군요. -0-


최명길 : 명이 내려준 고명과 책인은 숨겨놓고 잃어버렸다 하자!


가도에 관한 것은 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승정원일기 1637년 1월 29일 기사中

청대한 김류 등이 입시하여 인보와 가도에 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른 아침에 김류, 이홍주, 최명길이 청대하였다. 

상이 침전(寢殿) 안으로 들어올 것을 명하여 밀담을 나누었는데, 

승지와 사관은 문 밖에 있었으므로 밀담을 기록하지 못하였다. 

상이 이경직에게 명하기를,

“오늘 한 말은 중요한 일이 아니니, 사책에는 쓰지 말라.”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눈앞의 위급한 일은 인보(印寶)와 가도(椵島)에 관한 일이다.”

하니, 최명길이 아뢰기를,

“인보를 잠시 가지고 가서 말하기를, ‘엄한 위엄에 몰려 어쩔 수 없이 가져오긴 했지만 

 조종(祖宗)에서 전해 온 구물(舊物)을 차마 하루아침에 마멸할 수가 없으니, 

 조묘(祖廟)에 보관해 두고 새로 새 인보를 받기를 원한다.’라고 한다면 저들도 혹 옳게 여길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백관들이 여울물을 건널 수 없으니, 오늘 가는 것은 반드시 배가 있어야 가능할 듯하다.”

하니, 최명길이 아뢰기를,

“어제 이미 말했지만 오늘도 청하겠습니다.”

하였다. 최명길이 아뢰기를,

“척화한 사람은 지금 이영달(李英達)을 시켜 보내되 저들과 수작하는 일이 반드시 처리되기를 기다렸다가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밀담이므로 기록하지 못하였다.


                    상이 쓰지 말라 하고는 나를 방 밖으로 내보냈으나

                    난 듣고 말았다. 그래서 난 쓰고 말았다.

                     전시라도 월급 값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삼전도 의식 후 용골대는 인조에게 고명과 책인을 왜 바치지 않았냐고 물었고

 인조는 고명은 강화도로 보냈는데 어찌 됐는지 모르겠다

 책인은 이괄난때 잃어버렸다 거짓말을 했고 잘 넘어갔습니다.^^


-끝-


덧글

  • 흑범 2018/10/16 13:36 #

    저정도는 직업의식이 아니라 병입니다. 자칫하면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건데...

    용골대든 누구든 한국어를 잘 이해하는 이가 있었다면, 속였다고 더 꼬장을 피우던지 아니면 인조를 죽이던지, 아니면 조선이 더 크게 아작낼수 있지 않는지?

    상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들인 줄 저 사관이 과연 몰랐을까 싶습니다.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하지만 말입니다.
  • 냥이 2018/10/16 18:00 #

    결국은 의견 나온데로 둘 다 잃어 버렸다! 로 했군요. 그리고 다 적어두고선 밀담으로 못 적었다고 오리발내는 사관은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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